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전국이 눈으로 덮였습니다. 특히 영동지방은

도로가, 수도권은 전철이 끊어지고 항공기가 결항하는 등 곳곳에서

불편을 겪었습니다. 말 그대로 설국(雪國). 일본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소설을 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설국>의 눈은 먼 나라의 쓸쓸한 배경으로 다가옵니다.

눈의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문학작품에 이용됩니다.

시인 문정희는 폭설을 낭만적이고 다소 저돌적인 태도로 맞이합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에서 그는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한계령쯤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제 구멍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이라고 노래합니다.

‘오오, 눈부신 고립/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라고 바라면서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라고 끝은 맺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폭설은 이런 낭만보다 재앙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 주 이틀 동안 내린 눈으로 내가 겪은 불편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평소 30분 정도면 닿던 퇴근길이 토요일 저녁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곳곳에서 난 사고로 올림픽대로가 꽉 막힌

탓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창호지가 유난히 환해 눈이 내린 걸

직감하던 어렸을 적 들녘 마을이 생각납니다. 마당에 나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첫발을 내디디며 발자국으로 이름을 쓰던 순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13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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