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감독과 작가는 수년에 걸친 조사 끝에 이 영화를 제작했다니

팩트에 대한 고증은 충실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 뉴캐슬. 병든 부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가 된 중년 목수

다니엘은 심장병을 앓고 있고 실직 상태입니다. 다니엘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해당 관청을 찾지만 관료적이고 융통성 없는 공무원들의 냉대에

말문이 막힙니다.

 

비슷한 처지의 싱글맘 케이티를 만난 곳도 이곳. 다니엘과 케이티는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와 절차 앞에서 철저히 무기력합니다. 다니엘은 특히

상담창구와 인터넷사이트, 이력서와 청구서 앞에서 매번 좌절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니엘과 케이티가 겪는 일이 왠지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없고 제도만 있는, 국민은 없고 국가만 있는,

시민은 없고 공무원만 있는 영국의 사회복지제도에 우리나라의 정치가,

행정이 겹쳐 보이는 건 나만의 기우인가요.

 

영화는 두 실직자가 국가로부터 배제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국가시스템의

합법적 폭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분노와 모멸감 끝에 관청 벽에다

다니엘이 뿌리는 스프레이는 지금 광장에서 타오르는 촛불이었습니다.

 

영화는 다니엘의 초라한 장례식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다니엘이 관청에

제출하기로 했던 항고이유서가 유언처럼 낭독됩니다. 케이티가 읽은

다니엘의 메시지는 ‘나는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로 요약되는

‘인간 선언’이었습니다. 1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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