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창업세대들의

부고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지난 주 우리 회사의

창업세대 가운데 형제 두 분이 이틀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문할 주제도 못 되지만 생전에 몇번 뵌 적이 있는 분들이라

여느 유명 기업인의 사망 소식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의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에는 ‘별세’, ‘타계’가 있고 또

‘서거’도 있습니다. ‘서거’는 왕, 대통령 같은 정치지도자나 종교

지도자처럼 비범한 인물의 죽음을 일컬을 때 씁니다.

 

‘별세’는 세상과 이별한다는 뜻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윗사람의

죽음을 뜻합니다. 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명망에 관계 없이

존경의 뜻을 담아서 씁니다. ‘돌아가시다’와 거의 같은 정도의

존대 표현으로 권위적이지 않고 고인에 대한 개인적인 추모의

감정이 묻어납니다. ‘OO씨 부친 별세’처럼 부고를 전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타계’는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사전에는

‘귀인의 죽음을 이르는 말’로 풀이돼 있습니다. 쓰임을 보면

‘서거’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사회에 적잖이 기여했거나 어느정도

지명도가 있는 인물에 쓰인다는 점에서 ‘별세’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들이 엄격히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는

분위기나 사람에 따라 혼용이 가능합니다. 얼마 전 선배의 모친상에

조문하러 갔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말씀을 나누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어르신은 이 일을 어떻게 기록할까

고민하셨답니다. ‘타계’는 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친구를 잃은 슬픔이

드러나지 않고 ‘별세’를 쓰자니 윗사람이 아니어서 꺼려지고 오래

고민한 끝에 ‘영원히 잠들다’는 뜻의 ‘영면’을 생각해 내고는

만족스러웠다고 했습니다. 13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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