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선물을 주고받는 부부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닙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나는 아내에게 아무 선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연애할 때, 결혼하고 어쩌다 한두 번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특별히 선물이라고 건넨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오랫동안 하지 않던 일을 어느 날 갑자기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행동은커녕 생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생각이란
참 관습적입니다.

선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예를 들어 만년필…
많이 쓰지는 않지만 선물로 받은 거라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어쩌다 책상에서 안 쓰는 만년필을 가끔 발견할 때마다 ‘아, 이게 있었지’
하고 추억이 떠오릅니다. 쓰지 않으면서 남에게 주지도 못하니
결국 오래도록 남게 됩니다. 그게 만년필 선물의 장점입니다.

작년 사망한 프랑스 작가 미셀 뚜르니에는 선물은 자고로 쓸모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는 이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야 한다고. 동방박사들이 선물한 황금과 유황이 아기 예수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느냐며.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도 선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순수한 선물이란 결국 경제적으로 의미를 갖지 않는 선물, 실제로
그것이 지니는 물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상징적인 관점에서만 평가되는
선물을 말한다.”

두 사람의 말처럼 어쩌면 선물의 가치는 그냥 상징이므로 선물은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그 자체가 선물이 아닐까요? 1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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