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에서 ‘한담’이나 ‘잡담’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매사에 진지하거나 본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해가 잘 안 가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실적 좋은
세일즈맨은 제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한담’을 할 때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스몰 토크 small talk’라는 표현을 씁니다.

나는 사실 말을 잘 못합니다. 며칠 전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후배 사원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다면서 자신의 청첩장을 전달하러 내 자리로 왔던 친구입니다.

그날 따라 엘리베이터에는 그와 나 둘뿐입니다. 목례를 나눴지만 뭔가 부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이런 경우 침묵은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윗사람이니 뭔가 말을 한마디 건네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하지? 올해 당신네 부서의 중점추진과제를 물어 볼 수도 없고 촛불시위에 참가해
본 적 있냐고 묻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퇴근하느냐고 하나마나 한 말을
건네면 너무 무성의해 보일 것 같습니다.

나는 그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물어 봅니다.
“그래, 결혼하니까 좋아요? 신방은 어디다 차렸어요?”
“대방동에요.”
“아, 그래요? 회사에서 멀지 않네요.”
“네.”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살짝 돕니다. 나는 취조하는 것처럼 좀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둘이 사니까 좋아요?”
“아뇨, 부모님과 함께 살아요.”
“아, 그렇군요.”

나의 진지한 관심이 전해진 것인지 몇 마디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았을 뿐인데 그의 얼굴이
밝아 보입니다. 심지어 나를 보며 빙글거리며 웃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웃음의 뒤끝이 좀
이상합니다. 내가 물었습니다.
“왜 웃어요?”
“아니에요.”
“뭐가 아닌데요?”

후배는 계면쩍은 듯 조용히 말합니다.
“전에도 똑같이 물어보셨거든요. 청첩장 드리러 갔을 때…” 1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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