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원래 날짜는 오늘이지만 주중에는 식구들이 모이기 어렵기 때문에 엊그제 일요일에
아버지 생신을 치렀습니다. 팔순이라 뭔가 좀 기억에 남게 해야겠다 싶어 동생들과
상의해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요즘 시대에 안 맞는 촌스러운 짓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완강한 고집에 부딪쳐 가족들만의 조촐한 식사로 대치됐습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겐 아버지지만 아버지 얘기는 정말 재미없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그 옛날의 아버지들은 늘 근엄하고 무뚝뚝했습니다. 심지어 차갑다 못해 무섭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하면 엇갈리는 그림들이 떠오릅니다.
무엇이든 해결하는 초능력자 같은 모습도 보이고, 무섭고 권위에 가득 찬 얼굴도 있고.

딸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여자 형제도 없는 나로서는 여자, 특히 딸의 생각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좀 다릅니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한번쯤 이런
결심을 해 보지 않은 아들들이 있을까요. 하지만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씁쓸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결심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버지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태도에 대한
분노일 수도, 아버지의 신산스런 삶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애증이 엇갈리는 존재이자 극복하고 싶은 대상이라는 겁니다.

어느 심리학자는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선 내면에 있는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좋은 아버지’ 환상을 투사하는 행위도 중단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사회적 질서’나 ‘권력’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극복하는 것은 억압적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문득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저 분을 훨씬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1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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