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이름

엊그제 월요일은 장인어른 6번째 기일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기일이면
식구들이 모두 모여 추모식을 가졌었는데 장모님이 올해는 시간 되는 식구들만
산소에 다녀오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결정하시는 바람에 나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장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장모님께서 쓰시는 전화번호는
내 휴대폰에는 장인어른의 이름으로 저장돼 있습니다. 그런 이름이 벌써 몇 명
됩니다. 휴대폰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이름을 눌러 봐야 통화가 될 리 없지만
‘삭제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선뜻 ‘예’를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늘 밝고 유쾌해서 모이는 자리에선 항상 웃음을 책임져 주었던 학교 선배도,
틈틈이 찾아와 안부도 전하고 좋은 얘기도 해 주던 같이 일하던 친구의 이름도
휴대폰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번호를 눌렀다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까 봐 두려워 누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이 한 사람의 인격체 같아서,
‘삭제’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완전히 잊혀지는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작년 세상을 떠난 한 살 위 사촌형도 내 휴대폰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불치병 소식이 아깝고 안타까웠을 텐데도 그는 문병 온 사람들에게
태연하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황망히 서둘러
갈 줄은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슬픔도 조금씩 옅어져서 눈물도 말라버리고 또 그 사람의
부재를 언젠가는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겠지만 아직은 휴대폰에서 ‘삭제’ 하고
싶지 않습니다. 1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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