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들을 포함해 대학생 몇 명이 기업을 탐방하는 과제를 좀 도와달라고
친구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경영학과 학생들인데 물류정보시스템 과목을 공부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에 낯을 좀 가리는 듯했지만 긴장이 풀리자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차례로 이어나갔습니다. 아직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처음엔 원론적인 답변 정도면
충분하겠거니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넓은 분야에 걸쳐 깊이 있는 질문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인터뷰는 예상했던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끝이 났고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학생 하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지금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답변이 턱 막혔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학생에게 줄 마땅한 대답도 없었지만
사실 나는 그런 대답을 해 줄 만한 자격도 없습니다.

80년대 학번. 대학생활을 마친 지 30년입니다.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군사정권 시절. 선배들을 따라 시청 앞으로, 서울역 광장으로 뛰어 다니다
최루탄에 이리저리 흩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배들은 우리를 시대의식
없는 철부지라 여겼고 후배들은 공부 안 하는 운동권이라며 우리를 폄하했습니다.

내가 벌써 50대라는 사실은 좀 억울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생각했던 50대는 기성세대의 상징이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기성세대라는 견고한 이름 속에 존재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50대가 된 나는 기성세대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변화를 거부하고 싶을 만큼 안정적인 현실도 없습니다.

아직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이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구구절절 해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학생은 내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50대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왜 이렇게 팍팍하지요?’

학생에게 힘내라는 말 한마디 못한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힘내라’가 아니라 ‘힘내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대인 당신도 50대인
나도 힘겹게 살고 있는 세상입니다. 서로 등돌리지 말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살자고
말해 줬었더라면… 1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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