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참 부러웠습니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못하는 게
그림 그리는 것을 포함해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빠한테 자동차를 그려달라,
토끼를 그려달라고 했을 때의 난감함이란.  ㅠ.ㅠ
그러다 보니 무슨 전시회니 관람회니 하는 미술작품 감상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세트 디자이너들과 앤디 워홀 전시회에 갔습니다.
의지를 갖고 특정 작가의 전시회에 간 것은 태어나 처음이지 싶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 유명한 그의 <자화상>(머리를 산발하고
정면을 응시하는 앙상한 얼굴)을 몇 번 본 적 있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사람이 로드 스튜어트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로드 스튜어트는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팝 가수인데 그 사진과 진짜 비슷하게 닮았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어쨌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백지 상태에서 본 앤디 워홀을 만난 느낌은
천재 혹은 또라이, 아니면 교활한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기는 잘 모르지만 체코에서 이주한 이민자의 아들로 불확실한 정체성과
아마도 고단했을 것이 틀림없었을 성장 과정에서 쌓인 열등감이
그의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화려하고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헐리웃 스타와 유명인을 동경하고 자신을
그런 스타와 동일시한 것도 그러한 컴플렉스에 기인한 것 같구요.

이 모든 부정적인 짐작에도 불구하고 높이 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작품의 ‘대상’과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벽면에, 캔버스에, 잡지에, 심지어 빛과 영상을
활용해 3차원 공간까지 채워 실현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사상과 철학은 물론 작품의 생산 방식에서도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했다고 하더군요.

상식과 정보, 깊은 성찰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갖춘 것 없이
떠오른 생각을 여과 없이 옮긴 것이라 일반적인 평가와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예술을 전혀 모르는 저 같은 문외한이 선입견 없이 보는
평가도 나름대로 의미 있지 않을까요?
과문한 눈을 틔워주실 분 환영합니다.

언제든, 누구든지…
2010년의 1월 마지막 주입니다.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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