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젊은 친구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내가 초등학교(그 땐 ‘국민학교’였다)
시절엔 책상 하나를 짝꿍과 나눠 썼습니다. 무슨 일인지로(대개는 별 것 아닌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책상 한 가운데 금을 쭉 긋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넘어오면 다 내 거야.”

그러다 짝꿍의 지우개나 연필이 금을 넘어오면 ‘소유권’인지, ‘점유권’인지를
주장하며 사납게 굴기도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어린
초등학생의 가슴에는 책상에 그은 선 하나로 짝꿍과의 사이에 벽이 생긴 것입니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 담장이란 까치발을 하고 이웃집을
살필 수 있는 높이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적당한 거리와 높이로 사생활은
서로 보호해 주면서 이웃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살필 수 있는 높이 말입니다.
이게 우린 민족이 살아온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삶은 담장이 아니라 꽉 막힌 벽을 사이에 두고 삶을 나눕니다.
담장을 두고 사는 것보다 더 가까이 살면서도 벽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전혀 다르게 만듭니다.

담은 공간을 나누고 벽도 공간을 분리시킵니다. 어떤 인간들은 마음 안에도 벽을
만듭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둡니다. 벽은 가두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일까요.

사진은 경복궁 담입니다. 담은 천장이 없어 뛰어넘거나 노력하면 담쟁이처럼 함께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은 지붕을 이고 있어 넘어도 넘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담도, 벽도 분리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 사람과 자연, 종교와 종교, 세대와 세대, 이념과 이념… 1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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