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8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000미터 경기.
레이스를 마친 이규혁은 트랙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연거푸 몰아 쉬었습니다.
아직 뒷 조 4명이 남아 있고 현재 7위.
사력을 다했지만 이규혁은 1분 09초 92로 결국 9위에 머물렀습니다.
그의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 도전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금메달 기대를 모았던 500미터에서 15위에 그친 뒤 1000미터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신은 그에게 ‘올림픽 메달’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기운을 겨우 차린 이규혁은 은메달이 확정된 후배 모태범을 찾아가 ‘정말 잘했다’며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선수로는 다시 밟을 수 없는 올림픽 트랙을
돌아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대선배의 퇴장은 결코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모태범, 이상화 등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후배들이 진정으로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규혁이 형은 언제나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주법도 규혁이 형이
가르쳐주셨어요. 정말 고마운 선배입니다.”
모태범의 얘기는 결코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규혁이가 있어 한국의 스피드 스케이팅 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규혁이가 지금까지 잘 해줬기 때문에 2006 토리노에서 이강석,
밴쿠버에서 모태범, 이상화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거인의 어깨(Shoulders of Giants)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아무리 키가 작은 난장이라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서면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이폰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홀연히 나타나 아이패드를 선보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스티브 잡스도 ‘아마존은 킨들이라는 훌륭한 단말기로 전자책 시장을
열었지만 애플은 아마존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서 그들보다 더 멀리 나갈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잡스에 앞서 거인의 어깨를 얘기한 사람은 물리학자 아이작 뉴튼입니다.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내가 좀 더 앞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던 덕분.”
이라며 겸손해 했습니다. 후세 과학자들이 뉴튼의 성과물을 토대로 우주비행을
실현시킨 것도 같은 어깨에 빚진 것입니다.

이렇듯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는 이런 어깨의 징검다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천재라도 거인의 어깨 없이는 혁신이 불가능합니다. 어깨를 빌리는
사람의 겸손이 있고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사람의 관용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스포츠에서 이규혁, 과학에서는 뉴튼과 선배 과학자들, 그리고 잡스가 딛고 올라선
아마존의 킨들은 모두 어깨를 내준 거인들입니다.

내가 오늘에 있기까지 어떤 거인들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사람들처럼 세상에 이름을 떨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의 기초와 토대를 잡도록 기꺼이 어깨를 내어 준
이름 없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선배들의 어깨로 인해 우리의 키가
한 뼘 더 커졌습니다.
이제 우리 회사의 미래를 보려면 우리 선배들의 어깨에 올라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어깨를 내 놓은 채 고독하고 치열한 탐구를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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