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결혼 청첩장이 날아왔습니다. 다른 부서 후배입니다. 조직원이 많은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철마다 날아드는 청첩장에다 예고 없이 전해지는 부고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일 결혼하는
후배도 그런 녀석입니다.

나이 쉰에 결혼한 시인 함민복은 노총각 시절에 후배의 주례를 맡았습니다.
그는 “친구들이 찾아와서 하도 신세타령을 하기에 결혼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 때 시인이 했던 주례사입니다. 

한 아름에 들 수 없어 둘이 같이 들어야 하는 긴 상이 있다
오늘 팔을 뻗어 상을 같이 들어야 할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상 위에는 상큼하고 푸른 봄나물만 놓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운 찌개 매운 음식 무거운 그릇도 올려질 것이다

또 상을 들고 가다 보면 좁은 문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좁은 문을 통과할 때 등지고 걷는 사람은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을 믿고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은 등지고 걷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한 사람이 허리를 숙이면 한 사람도 허리를 낮추어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한 사람도 걸음을 멈춰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면 한 사람도 걸음을 빨리 옮기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그대들이 걸어간다면

좁은 문쯤이야!
좁은 문쯤이야!

오늘부터 같이 상을 들고 가야 하는 그대들이여
팔 힘이 아닌 마음으로 상을 같이 들고 간다면
어딘들, 무언인들, 못 가겠는가 못 들겠는가
오늘 여기 마음을 맞잡고 가야 할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시인은 나중에 이 글을 다듬어 <부부>라는 시를 썼습니다.

쉰 넘게 살아보니 살다 보면 여름처럼 웃고 싶을 때도 있고 겨울처럼 웃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빙하기처럼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예비 신랑 신부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은 아름답고 화사하고 뿌듯한 것이라고,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얘기해도
믿지 않습니다. 결혼은 어떤 에너지의 총합이 만들어내는 이상한 결과물입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4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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