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바보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 모인 단톡방에 한 친구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엄마가 20년 걸려 사내아이를 남자로 키워 놓으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
20분 만에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그러자 단톡방에는 아들만 가진 친구, 딸만 있는 친구, 둘 다 키우는 친구들이
각자의 입장을 토로하거나 상대방을 부러워 하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지 않아서 앞뒤 맥락을 몰라도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경험도 없고, 단순하고, 맹목적이기만 했던 내 젊은 시절의 서툴렀던 사랑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남자들의 맹목과 단순함은 바뀌지 않는 모양입니다.
고3인 딸아이는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가 넘어야 집에 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 시간에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합니다. 집이
같은 방향이 아니어서 남자친구는 딸아이를 데려다 주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자기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보는 순간 나의 젊은 시절과 함께 딸아이와 그 남친이
겹쳐 보이는 것은  젊은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피해자’라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내 아이를 남자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키워낸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영문도 모르고 ‘가해자’가 된 ‘다른 여자’의 아빠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다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내 아들도 언젠가는 ‘의문의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1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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