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속성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값비싼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명품을 찾는 사람들의 허영과 결핍 쪽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고 사람이 ‘명품’이면 그가 어떤 것을 입고, 쓰고, 들든 모든 게 명품이
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건의 속성 중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거나 선망하는
사람이 쓰는 물건은 무조건 좋아 보이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신뢰가 그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덩달아 갖고 싶고
또 사게 되는 게 보통 사람의 심리입니다. 명품 광고나 마케팅에 유명인을
등장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자기
영역을 벗어난 사소한 것까지 허투루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 지켜온 태도의
일관성이 그의 성향을 잘 말해 줍니다.

셔츠나 구두는 자기가 좋아하는 몇몇 브랜드로 한정했고 술도 자신이 직접 고른
와인을 주로 마셨습니다.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는 듯한 가죽백은 낡았지만
묵직한 기품으로 넘쳤고 무심코 놓여진 듯한 소품은 정교함으로 빛났습니다.

일상의 곳곳에 스며든 취향과 선택의 안목은 남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 선배가
고급 럭셔리 브랜드를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누가 봐도 잘나고
멋진 남자입니다. 나이 먹은 남자가 멋있어 보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TV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닮고 싶었습니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슬그머니
따라 해 본 일들과 똑 같은 물건을 산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물건이라도 그에게 속해 있을 때와 나의 소유물일 때는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역시 안목은 무작정 따라하거나 단순간에 키워지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특정 브랜드의 필기구들은 모두 그 선배의
영향입니다.

세상에 별 것 아닌 물건은 없습니다. 그 쓰임이 절실하지 않을 뿐입니다.
오래 전 아무도 모를 때 그런 물건들을 찾아내 쓰던 선배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14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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