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기 2010.9.8

어제 오후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 세 차례 불러 보았지만 전화를 건 쪽에서는 응답이 없습니다.
‘내가 너무 퉁명스럽게 받았나’하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휴대폰 액정화면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부터 차갑게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일에 극도로 집중해 있거나 특히 전화한 상대가
대출 상담이나 보험 영업하는 사람들에겐 내가 생각해도 심할 정도로
냉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밖에서 만나면 다 평범한 사람들일 텐데 전화만 걸려오면
‘종로에서 뺨 맞은 억울함을 몽땅 풀겠다’는 심정으로
“저 바쁩니다” 라며 칼로 무 자르듯 뚝 끊어버리곤 합니다.

익명의 타인에겐 단 5초 간의 따뜻한 응대도 베풀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각박하고 무서워져서 그런지 낯선 사람에게 친절해지기가
생각 만큼 쉽지 않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동창이 연락을 하면
이 친구 보험회사 들어갔나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옆 자리에 앉은 낯선 이성에게 느끼는 애틋한 감상이나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와의 재회 같은 일상에서의 낭만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동료가 되고,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또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심지어 아이도 태어나서 얼마간은 부모도 몰라보는데
누가 누구랑 처음부터 아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이 나에게 조금 불친절하다고 해서
나까지 불친절하게 구는 건 잘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편안하고 너그러워져야겠습니다.
결국 나 역시도 처음 보는 상대방에겐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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