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를 위한 변명

머리 깎을 때가 되니까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염색을 계속 해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둘까 하는. 얘기인즉슨 이렇습니다.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 형제들 모두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아버지는 사진 속 아들의 흰머리가
거슬리셨는지 염색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나이 들어 보인다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흰 머리를 검정색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예상 외로
어색하진 않았는데 처음 해보는 염색 과정은 귀찮고 힘들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또 그런 수고를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의 귀차니즘이 또 슬금슬금 발동합니다.

동안이 미덕이 된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외모가 곧 능력이고 그 사람의
가치로 인정 받는 ‘외모 지상주의’가 당연한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나아가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말은 게으름의 상징이자 가난을 드러내는 것이고
젊어 보인다는 건 자기관리에 충실한 의미로까지 확장됩니다.

하얗게 센 머리를 서양에서는 회색이나 은색으로 부릅니다. 주로 검은 머리카락인
우리는 센 머리를 백발이라고 합니다. 백발은 노화 과정에서 대롱과 같은 머리카락에
검정 색소가 공급되지 않아 하얗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백발은 경험이 많고 현명한, 그래서 존경할 만한 색입니다. 물론 나이에 걸맞은
노련미와 덕성을 갖춰야겠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대체로 절제의 미덕과 함께 합니다.

흰머리를 염색하는 심리는 타인의 평판을 전제로 한 자기 만족에서 비롯됩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젊게 보이려는 노력은 오히려 억지스럽습니다. 자연스러움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의 출발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고 당당한
반백의 머리가 부끄럽지 않고 여전히 멋져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아버지 말씀도 그냥 흘려 들을 수 없어
조만간 결단을 내리고 미용실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14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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