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인사보다는 비 피해 없었냐는 안부를 먼저 묻는 게 도리인 듯싶습니다.
어떠셨어요?

저요?
추석 전 날,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물바다가 되었고
엘리베이터는 천정에서 물을 뿜다가 결국 작동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보수 업체도 연휴 기간에는 쉬는지 멈춘 지 사흘이 지난 오늘 아침에도
엘리베이터는 꼼짝 않고 서 있었습니다.
13층에 살고 있는 저는 오늘 아침에도 물이 빠져 흙탕물 자국이
얼룩얼룩한 지하 주차장까지 걸어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ㅠ.ㅠ

아들로, 또 사위로 마땅히 해야 할 명절 임무(?)를 완수했다는
홀가분한 마음도 잠시, 그저께 밤 늦게 집에 도착한 저는
여전히 ‘수리중’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서 있는 엘리베이터 생각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본가와 처가에서 바리바리 싸 준 음식들과 이런저런 보따리를 들고
13층까지 걸어서 올라갈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가면 13층이 넘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등산도 하고 달리기도 하는데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를 네 식구가 양 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란… ㅉㅉ

10층쯤 올랐을 땐가…
언제나 긍정적이고 희망의 바이러스를 주는 딸아이(12살)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반짝이며 한 마디 하더군요.
“와~! 14층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네. 저희 윗층이라고는 14층 밖에 없는 14층짜리 아파트입니다.
그 와중에도 딸아이는 저보다 힘든(혹은 더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 것입니다. 참으로 긍정적인 아이 아닌가요?

메일에 처음 등장한 딸아이를 자랑부터 하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혼자서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행복한 바이러스를 팀원
여러분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명절 인사를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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