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이의 공부를
가끔 도와주다 보면 부아가 치미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른인 내가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5학년 짜리 어린아이한테 이런 게 과연 필요할까 싶은 엉뚱한 내용 투성이입니다.

언젠가 영국의 초등학교 산수 문제집을 우연히 본 적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산수를 어떻게 공부하는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을 보다가
눈길을 끄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 + ( ) = 5

이제껏 3 + 2 = ( ) 같은 문제에 익숙한 저로서는
( ) + ( ) = 5 라는 문제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의 문제에는 답이 ‘5’ 하나 밖에 없지만
두 번째 문제는 1+4, 2.3+2.7, 5/3+10/3 같은 여러 개의
답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자라는 어린이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에 정답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문제에서 ‘정답’을 찾는 공부에 익숙하기 때문에
‘맞는 것’과 ‘틀린 것’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 ) + ( ) = 5 같은 훈련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의 답이 항상 일치하지 않고,
또 누가 맞고 누가 틀리는가를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됩니다.

정답이 하나뿐이라고 믿는 사람과 사회는
그 답이 남과 다르거나 혹은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혼란스러워합니다.
정답이 아예 없을 수도, 혹은 아주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고하는 힘은 책상에 앉아 혼자 열심히 공부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더욱 성장합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남과 함께 생각을 다듬어가다 보면 비단 학문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문제의 정답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삶에서 하나의 답이 막히면 또 다른 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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