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훈. 그는 원래 글 잘 쓰는 문화부 기자였습니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프리랜서, 주간지 편집장, 일간지 간부 등을 전전하다
한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서 말단 사건기자를 맡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는 자기 생각을 담아 장황하게 펼치던 과거 김훈의 글이 아닌 글을
썼습니다. 감정은 절제되어 드라이해졌고 상황을 간결하게 보여주기만 했습니다.

그를 기자가 아닌 소설가로 각인시켜 준 걸작 <칼의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사적 장치는 가능한 없애고 주어와 동사, 문장의 뼈대만 갖고 썼습니다.
기자가 사건을 보도하듯이.

그가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후배 기자들에게 했던 당부가 기억납니다.
“사실에 바탕해서 의견을 만들고 의견에 바탕해서 신념을 만들고 신념에
바탕해서 정의를 만들고 정의에 바탕해서 지향점을 만들어라.”

“Show, don’t tell”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쓰고 나서 한 말입니다. 가장
감동적인 글은 말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상황을 보여줄 때 나옵니다.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말’보다 사소한 ‘마음’이나 ‘행동’에 더 감동을 받습니다.

어렸을 적 시험을 망쳤을 때 꾸지람 대신 엄마가 사 주신 짜장면 한 그릇,
힘든 이등병 시절 고참이 말 없이 건네준 담배 한 개비, 신입사원 시절 헤매는
나를 삼겹살집으로 데려가 덤덤히 건네 주던 소주잔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어쩌면 ‘Show, Don’t tell’ 이야말로 온갖 주장과 위선이 난무하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경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새 비판하고 주장하고 가르치고
자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습니다. 1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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